최상목 탄핵소추안을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는 야5당 대표진.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채상병이 지휘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군인이 지휘자의 잘못된 오더로 사망한 일이었고 당연히 임성근 사단장은 처벌됐어야 했다. 실제 임성근은 당시 사임을 결심했지만 대통령의 격노로 생각이 바뀌었다.
여기서 무서운 것은 고위공직자들의 이러한 사고(思考)다. 윗사람은 많은 일을 다뤄야 하기에 특정한 일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이상한 엘리트 의식이다. 그런 사고를 갖고 있기에 윤석열과 지지자들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했고 김계리 변호사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자신이 “계몽됐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진짜 “계몽된” 것은 윤석열이 말하는 다수당의 폭거가 아니라 ‘윗사람이 그게 맞다고 말하면 그게 맞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그런 계몽이다.
일부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은 끊임없이 시민들을 그렇게 계몽한다. 민주당의 탄핵이 내란수준이라고.
고위공직자가 잘못했다고 여겨질 때 쓰는 카드 중 하나가 탄핵이다. 시민들도 어떤 일에서 잘못됐다고 여겨지면 경찰서, 검찰에 불려 다닌다. 그런데 고위공직자들은 잘못한 게 많아도 자기들끼리 내통하는 게 있는지 왠만하면 잡혀가질 않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니 탄핵이라는 카드를 쓰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몇 만원 몇 십만원도 잘못 처리하면 벌금형, 징역형을 받는데 높으신 양반들은 몇 십억원을 해먹어도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온갖 부정부패가 있어도 자기들끼리 봐주면서 처벌을 피한다.
윤석열-지귀연-심우정의 3각 편대가 그런 일을 벌였고, 윤석열-한덕수-최상목 3각 편대가 대한민국 최고 고위공직자 윤석열에 피할 길을 열어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높으신 분들이 나라를 다스려야 하니 내버려둬야 하는가. 아니다. 탄핵을 해야 한다. 잘못하면 탄핵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특히 최고 고위 권력자로 여겨지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은 그런 이유로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서 상당한 권력자에 속하는 검찰총장, 검사,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특별검사 및 특별검사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차장, 수사처검사 등도 탄핵 소추 대상이다.
위에 나열된 고위 공직자들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탄핵은 국회의 의무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누가 탄핵 소추되었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첫 주자였고 “피청구인의 사후 재난대응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일부 사후 발언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나, 법 위반행위가 중대하여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의 탄핵은 기각되었다. 즉 성실하지 않았고, 품위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법 위반행위가 파면될 정도로 중대하지 않았다고 헌재는 판단했던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그는 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경우 탄핵되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사임하는 게 상식인데 ‘이 질긴 정권’은 탄핵까지 버텨냈다. 그리고 이상민은 12.3 계엄 때까지 “행복한” 장관 생활을 보냈다.
2번째 피소추인 안동완 검사는 국민의힘 위원장(김도읍)이 법사위원장으로 있던 시절 탄핵되었고 5:4 판결로 기각되었다. 이밖에 이정섭, 손준성, 이희동, 임홍석, 이동관에 대해서는 탄핵소추가 끝까지 진행되지 않고 철회되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에 대해 다시 한 번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실수가 발견되어 한 번 더 철회되었다.
이후 손준성, 이정섭은 탄핵소추되었고 이동관, 김홍일은 탄핵소추를 하려고 했으나 자진사퇴함으로써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이동관, 김홍일은 2인 체제에서 윤석열의 입맛에 맞는 방송계 장악을 계속 시도했기에 탄핵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방통위 2인 체제 ‘불법적’ 강행은 이후에도 계속되어 이상인, 이진숙에 대해 탄핵소추가 진행되었고, 이상인은 자진사퇴해 탄핵안이 폐기되었다. 이진숙에 대해서는 끝까지 심판을 해 기각 4, 인용 4로 최종 기각되었다. 검사 강백신, 김영철, 박상용, 엄희준은 법사위 회부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후 감사원장 최재해, 검사 이창수, 검사 조상원, 검사 최재훈에 대해 탄핵안이 진행되었고 모두 기각됐다.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첫 시도는 표결에 실패했고 김용현 국방부장관도 자진사퇴함으로써 탄핵안이 폐기됐다.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안도 자진사퇴로 폐기되었다. 법무부 장관 박성재, 경찰청장 조지호, 대통령 윤석열,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은 모두 비상계엄(내란)과 관련된 것이었다.
21일 최상목은 가장 최근에 탄핵소추된 고위공직자로 기록된다. 위 내용을 꼼꼼히 읽어봤다면 탄핵 남발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묻고 싶다. 2인 체제 방통위가 4건, 12.3 비상계엄으로인한 탄핵이 7건이다. 최상목도 사실상 12.3 비상계엄과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총 8건이다. 총 12건이 명백히 법률을 어긴 것으로 보이는 건에 대해 탄핵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안동완 검사 탄핵은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에 의해 진행된 것이었다. 여기에 철회 및 폐기가 12건이 있었다.
아무리 봐도 고위공직자가 그동안 국민에게 피해를 준 것이 비하면 탄핵 남발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잘 보이지 않는다. 전체 데이터를 보면 불법 탄핵, 탄핵으로인한 내란이라는 말을 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다.
실제 이창수 중앙지검장 탄핵 심판 당시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기각되었지만 헌재 측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적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 비판에 대해 "위와 같은 (헌법 내지 법률)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되면서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은 부임한 지 4일만인 12월31일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1월14일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자체, 시도교육청과 함께 분담하는 기한을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거부한 최상목은 1월21일 방송법, 초중등교육법, 반인권적 국가 범죄의 시효에 대한 특례법 3개를 연달아 거부했다. 6번째 거부권 행사였다.
1월3일에는 또다시 내란 특검법을 거부했고 3월14일엔 명태균 특별법을 거부했다. 3월19일엔 2인 체제의 부당성을 해결하기 위해 3인 이상으로 방통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방통위법 개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상목은 결정적으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재가 위헌 판정을 내렸는데도 계속 무시했다. 이는 헌재의 판정을 거부한 것이기에 탄핵 소추가 되면 헌재에서 인용할 가능성이 높은 탄핵 소추다.
최상목은 총 9차례 거부권 행사로 이승만(45회), 윤석열(25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그런데 야 5당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탄핵을 하지 않았고 다음 4가지 이유에 대해 탄핵소추를 발의했다. 거부권 행사는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이기에 법률 위반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 12·3 내란 행위 가담: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시 국회 자금 차단과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관련 지시를 하급자에게 전달하여 내란 행위에 동참.
2.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까지 내렸음에도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 헌법과 헌재 결정을 위반.
3.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임명 거부: 국회의 동의를 얻은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을 부당하게 거부함으로써 삼권분립 원칙과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
4. 내란 상설특검 임명절차 불이행: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따라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지체 없이 의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내란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방해.
야 5당의 김용민, 정춘생, 윤종오, 용혜인, 한창민 의원 등 총 188명의 의원이 참여한 이번 탄핵소추안은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이유로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의 지시문건을 전달받아 국회 관련 자금을 차단하고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하고 대통령의 위헌적 내란행위를 방조한 행위라는 것이 국회의 판단이다.
또한 최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85일째 거부하고 있으며,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또한 85일째 보류하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침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과 관련하여 최 부총리는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특검 임명을 지연시켜 내란 수사를 방해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최 부총리의 행위가 헌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반이라며, 이를 방치할 경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번 탄핵소추안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은 최 부총리의 행위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물으며 헌법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은 다음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어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야5당 의원들이 의안과 직원에 탄핵소추 발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탄핵안 대표발의자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탄핵안을 국회 의안과에 발의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가 나은혁 재판관 임명 거부가 위헌이라는 전원일치 판결을 내렸음에도 이를 3주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헌법 질서 자체를 능멸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중대한 위헌 사유"라며 "헌법재판소 설립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이후 내란 세력과 그 부역자들이 계속해서 준동하고 있다"면서 "탄핵안이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헌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진보당 윤종오 의원도 "최 권한대행의 지속적인 헌정 질서 파괴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변인 노종면 의원은 "탄핵 추진이 한덕수 총리의 다음주 헌재 파면 여부와 연계된 것이 아니라 최상목 부총리 개인의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별개의 문제"라며 "헌법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경제 회복과 국가 안정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를 직무 정지시키면 경제가 마비될 우려가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의원은 "최 부총리가 오히려 경제 위기를 자초했다"며 "헌정 질서를 지키는 일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즉, 헌정 질서가 무너지면서 경제가 불안정했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는 탄핵안 표결 일정을 의장실과 협의 중이며, 예정된 27일 본회의보다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노종면 의원이 탄핵소추 발의안 제출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뉴저널리스트 투데이 영상 갈무리
한편, 민주당 대변인인 노종면 의원은 같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탄핵안을 지금 발의한 이유’를 묻자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오늘이 적절하다고 지도부가 판단했다. 한덕수 총리 파면 여부와 관계없이 최상목 부총리의 헌법 위반 행위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속히 발의했다.”라고 답했다.
노 의원은 ‘탄핵 시기가 국정 운영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는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무시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국정 운영 불안 요소다. 헌정 질서 회복이 경제 회복과 국가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또한, ‘다음주 한덕수 총리 탄핵이 기각되어 복귀해서 최상목 부총리가 권한대행이 아니게 되면 탄핵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이미 저지른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당시 직무를 수행했던 장관 신분으로 탄핵이 가능하다. 한덕수 총리의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진행된다.”라고 답변했다.